단체 카톡방에서 특정인을 욕하거나 험담한 것이 모욕죄가 될 수 있을까요?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말인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방 안의 인원이나 구성에 따라 법적 판단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공연성’ 요건입니다.
모욕죄란 무엇인가, 명예훼손죄와 무엇이 다른가
형법 제311조(모욕)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모욕죄는 명예훼손죄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핵심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필요하지만, 모욕죄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인격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경멸적 표현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A가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식의 구체적 사실을 주장하면 명예훼손, “A는 쓸모없는 인간이다”처럼 추상적 경멸 표현을 쓰면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모욕적 표현 자체 외에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요건이 있습니다. 바로 ‘공연성’입니다.
공연성이란 무엇인가
법원은 공연성, 즉 형법 제311조에 규정된 ‘공연히’라는 요건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석하며, 일관되게 전파가능성을 기준으로 공연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듣는 사람의 수’가 아닙니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은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종전 대법원의 일관된 판시를 재확인하였고, 이러한 법리는 모욕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즉, 단 한 명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도 그 사람이 내용을 퍼뜨릴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공연성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단체 카톡방, 공연성이 자동으로 인정되는가

단체 카톡방이라면 참여자가 여럿이므로 당연히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입장은 보다 정교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공연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 발언의 내용·방법, 행위자의 의도, 행위자·상대방의 태도, 행위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와 지위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심리한 후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서 업무 공유를 위한 소규모 직장 단톡방과 수백 명이 참여한 커뮤니티 성격의 단톡방은 같은 단톡방이라도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수와 성격, 방의 목적, 참여자들의 관계 등이 모두 공연성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전파가능성이 부정된 판례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8336 판결에서는, 특정 소수에게만 발언하였다는 점은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수적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발언이 피해자 본인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거나 실제 전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전파가능성이 인정된 판례
반대로, 대구지방법원 2022. 10. 21. 선고 2021노4485 판결은 피고인과 수신자 간 신뢰·사적인 친분이 없는 경우에는 비밀보장 기대가 낮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메시지를 받은 사람과 발신자 사이의 친밀도와 신뢰 관계가 공연성 판단의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모욕죄 성립을 위한 추가 요건, 미필적 고의
공연성이 인정되더라도 모욕죄가 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관적 요건도 충족되어야 합니다.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모욕죄의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는 필수적입니다. 행위자가 당시에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및 그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욕설이 담긴 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말이 퍼질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한 고의가 있었는지까지 판단 대상이 됩니다.
또한 표현의 수위도 중요합니다. 발언 내용이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표현이 아니라, 단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불쾌함을 느낄 정도의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불편한 감정을 거칠게 나타낸 정도의 표현에 그친다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공연성 판단 기준 요약
| 판단 요소 | 공연성 인정에 유리한 사정 | 공연성 부정에 유리한 사정 |
|---|---|---|
| 구성원 관계 | 친밀도 낮은 불특정 다수 | 긴밀한 신뢰 관계의 소수 |
| 방의 성격 | 개방적·공개적 단체방 | 폐쇄적·업무용 소규모 방 |
| 표현 수위 | 사회적 평가를 심각히 저하하는 경멸적 표현 | 불쾌하지만 단순 비판적 의견 수준 |
| 전파 여부 | 실제로 외부로 퍼진 경우 (소극적 고려) | 실제로 퍼지지 않은 경우 (소극적 고려) |
| 행위자 고의 | 전파가능성 인식 및 용인 | 전파가능성 인식 없음 |
단체 카톡방 험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단체 카톡방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연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소수의 지인끼리 나눈 대화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방의 구성, 구성원의 관계, 표현의 수위,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온라인 공간이라는 특성상 메시지는 손쉽게 캡처·공유될 수 있다는 점도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적 분쟁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